2010년 4월 30일 금요일

요츠바랑! - 순수한 아이는 그야말로 청량제

 

아즈마 키요히코라는 이름을 들어서는 보통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한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아즈망가 대왕, 요츠바랑을 이야기한다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아즈마 키요히코는 단시간에 큰 인기를 모은 히트작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아즈망가 대왕은 4컷 만화로 시작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통해 순식간에 애니화가 결정, 고작 4권 완결인 만화를 무려 두 쿨짜리 애니로 만들어 버리는 기염을 토한다. (이에 대해서는 언젠가 포스팅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요츠바랑은 아직 그런 결정적인 성과를 내 놓은 만화는 아니지만, 당장에 애니화가 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재미있는 만화다.

 

요츠바랑! 표지를 넣을까 하다가 이게 더 적당해서 선택했다!

 

요츠바랑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요츠바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코이와이씨와 점보, 그리고 앞집에 사는 아야세 일가의 사람들과 요츠바가 일으키는 일상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고 말한다면 모든 이야기가 설명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기억할 필요도 없는) 얀다나 미우라 등의 캐릭터가 더 등장하지만, 이야기가 확장되어 가면서 느껴지는 미묘한 부담감은 전혀 받을 수 없다. 오히려 캐릭터보다는 요츠바의 자전거 같은 소재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변화가 더욱 크게 느껴질 정도다.

결국은 요츠바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옴니버스로 다루어 지고 있는 셈이고, 오랜만에 신간을 본다 해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책을 펼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나라면 신간 나왔다고 하면 처음부터 다시 정주행을 한다. 왜? 달아… 재미있으니까!

 

언제 어느 장면을 보아도 항상 재미있는 요츠바

 

그림체는 당연히 아즈마 키요히코의 그림체 그 자체다. 동글동글한 느낌에 깔끔한 그림체는 만화 전체를 담백한 느낌으로 채워주는 것은 물론, 엉뚱하게 튀어다니는 요츠바의 기행도 깔끔하게 따라갈 수 있을 만큼 눈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테일부분은 확실하게 처리하면서 깔끔한 그림체의 B급 만화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인 허전한 컷 구성을 잘 벗어나있다. 필요 없는 부분의 배경은 과감히 그리지 않으면서(가끔은 그릴 때도 있고, 어쩔 때는 필요할 것 같아도 안 그리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만화들과는 한 차원 다른 인상을 가져다 준다.

이런 그림체로 그려지는 요츠바는 그야말로 귀엽다는 말 이외에는 다른 말이 필요 없다. 동그란 얼굴, 동그란 눈, 낙서로 그린듯한 팔다리와 이름 그대로의 (요츠바 : 四つ葉 – 네 잎 클로버) 네 갈래 머리카락 등은 아즈마 키요히코의 그림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디테일과 낙서급의 조화

 

요츠바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요소는 일상의 이야기를 얼마나 맛깔 나게 표현하고 있는가에서 나온다. 요츠바가 말하는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는 발언과 행동들이 좀 어수선하기는 해도 진짜 아이들에게 느껴지는 엉뚱함과 잘 투영되고 있다. 밑도 끝도 없이 엉뚱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조막만한 꼬마아이가 천진난만하게 뛰어 노는 모습에서 우리는 청량한 가을 하늘같은 느낌을 받는다. (요즘 너무 언급이 자주되서…)굳이 분류를 할 생각은 없지만 역시 이 만화도 치유계에 속한다고 말 할 수 있겠다.

 

이런 게 치유계가 아니면 무엇이 치유계란 말인가!?

 

이번 포스팅도 짧다.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소개를 한다고 책을 펴면 책 보느라 정신이 팔려서 글을 쓸 틈이 없다. 글을 쓰면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정신 없이 보다가 한 권이 끝나버리면 머리가 하얗게 변해서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도 넋 놓고 치유 받는 만화책. 그것이 바로 요츠바랑이다.

요츠바랑! 9 - 10점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대원씨아이(만화)

2010년 4월 29일 목요일

센타로의 일기 - 토끼를 보고 치유 받자!

 

얼마 전 치유계 어쩌고 하는 포스팅을 쓴 이후로 치유계 작품들을 포스팅하는 일이 잦아졌다. 사실 이런 장르 구분 같은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넓게 보면 얼마든지 장르가 중첩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딱 부러지게 이것과 저것으로 나누기에는 어려운 작품들도 다수 있으며, 하물며 그런걸 굳이 구분 지어서 논쟁거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사실 치유계같은 말이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치유계에 포함되는 작품들은 다수 있었고, 그런 작품들은 굳이 치유계라는 범주 없이도 얼마든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오늘 소개할 작품이 바로 그렇다.

94년부터 연재가 되어 무려 15년이 넘게 이어져 온 전통이 담긴 만화. 센타로의 일기를 소개한다.

 

센타로의 일기! 자세히 보면 94년 출판이라고 구석에 써있다.


센타로의 일기는 그림체만 살짝 보면 순정 만화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림체의 인상이라는 게 이야기를 좌우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이를테면 유리가면처럼) 본인이 어렸을 적에는 순정만화 그림체는 여자애들 보는 만화라고 멀리했던 기억이 조금 남아있다. 사실 순정만화는 뭐 대부분이 그렇듯 소녀의, 소녀를 위한, 소녀에 의한 만화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경우 장르 구분을 하자면 뭐 보통 러브코미디는 러브코미디인데 내가 말하는 러브코미디랑은 라인이 조금 다른 뭐 그런 종류가 보통이다.(이를테면 오란고교 호스트부처럼) 하지만 이 만화는 그런 것과는 전혀 관계없다. 소녀의 이야기도 아니며 소녀를 위한 이야기… 는 뭐 별로 차별하지 않을 것 같고, 소녀에 의한… 인지는 작가 이름이 츠바사라서 판단하기 힘들다. 뭐 잡설은 관두고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토끼이며, 귀여운 동물이 나왔는데 러브코미디 일리도 순정만화일 리도 당연히 없는 것이다.

이곳에서 단언하건대, 이 만화는 치유계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존재해온 pre-치유계 만화이다.

(거창하게 썼지만, 요는 오래된 치유계라는 말이다.)

 

   

이런걸 보고 마음이 치유되지 않는다면 당신은 냉혈한이거나 동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주인공인 센타로의 주인 바쿠씨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혼자 생활하는 남성이다. 어느 날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홧김에 사버린 토끼를 키우게 된 바쿠는 어찌어찌 하다가 몸 약한 토끼가 죽게 되는 사고에 이른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토끼를 다시 얻어 이번에야말로 진정 사랑해주겠다는 다짐으로 주인공 센타로와 함께 생활하게 되는 것. 뭐 내용은 이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언급한 게 1권내용뿐이기는 한데, 만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캐릭터(동물)들을 살짝 배제하고 나면 순전히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며, 전후의 연관관계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치유계라는 게 그렇듯, 우연히 한편을 보게 되어도 얼마든지 치유받을 수 있을 뿐더러, 그까짓 새 동물 나온다고 이해 못 할 내용이 담겨있는 것도 아니니 중간부터 봐도 아무런 문제는 없다. (랄까, 그까짓 새 동물 나올 때마다 하악하악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도 책임질 수 없다.)

 

초대 센타로가 이렇게 가고… 바쿠씨는 2대 센타로를 맞이한다.

 

예전부터 동물, 아이, 아.. 하나가 뭔지 까먹었는데, 아무튼 그 세가지 소재가 등장하는 작품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 만화는 강렬하게 인기를 끌었던 적은 없지만, 적어도 지속적으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데, 그 요인중에 하나가 바로 동물이라는 소재가 아닐까 싶다. 사실 센타로가 바쿠의 주변에서 재롱을 부리고 있는걸 보고 있노라면 넋 놓고 열 권 정도는 보게 되는데, 그렇게 잠시 잠깐 넋을 놓으면 3~4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딱히 어떤 흡입력이나 강렬한 인상이 남는 작품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만화책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치유받고 있는 내 몸이 이 만화를 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확실히 센타로와 야옹이(첫번째로 등장하는 다른 동물)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어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내가 변태라서는 아닐 거라고 믿는다.

 

귀여우니까 모든 게 용서된다. 물론 내 앞에서 그러면 패서 가르치겠지만.


사실 본인은 애완동물을 기를 형편이 못 된다. 게으른 성격에 밥 주는 것도 자주 잊어버릴 것 같고, 이래저리 뒤처리 하는 것도 귀찮아 할 것 같다. 하지만 동물들은 매우 좋아해서 기르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그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바로 이 센타로의 일기다. 이 작품에서는 토끼를 기르는 주인에게 흔히 겪을 수 있는 경험담이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런 특징은, 실제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에게도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즐겁게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진짜 애완동물 기르면 이런 걸로 고민하게 될 것 같은 내용이다.


이번 포스팅은 내용도 부실하고 약간 짧아 날로 먹는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만화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 만화는 많은 말이 필요 없이 독자가 한번 읽고 나면 그 모든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을 좋아하고, 치유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이 작품을 꼭 보도록 하자.



센타로의 일기 34 - 10점
누노우라 츠바사 지음/학산문화사(만화)

2010년 4월 28일 수요일

엔젤 전설 - 진정 악마와 같은 천사

 

구작을 소개한다고 했는데 이 작품이 빠진다면 말도 안 된다. 이미 작품이 고전이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시간이 지났지만 수많은 사람의 입에서 화자되고 있는 작품. 엔젤 전설이다.

사실 이런 포스팅으로 굳이 다시 소개할 필요도 없을 만큼 대부분의 만화책 독자들이라면 알고 있을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작품을 보지 못했을 여러 사람들, 특히 최근의 과격하고 자극적인 만화들에 물들어있는 코코마 제군들에게 꼭 이 만화를 추천하고자 이런 포스팅을 쓰게 되었다.

악마의 외모를 가진 천사 기타노와 그 주변의 인물들에 의해 일어나는 소동을 소개한다.

 

엔젤 전설. 표지가 이 만화의 내용을 잘 꿰뚫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은 약간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만화책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애니메이션으로의 확장에 고배를 맛본 사건이 있다. 사실 애니화도 잘 결정 나서 실제로 제작까지 되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감독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 이후 원작자의 강력한 요청으로 다른 감독이 뒤를 이어가는 것 또한 거부되어, 2편까지밖에 출시되지 못하고 프로젝트가 중지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후에 누군가가 이어받는다는 루머가 떠돌았지만, 루머는 루머로 그치고 현재까지 제대로 된 애니화는 실현되지 못했다. 여담으로 본인이 직접 그 방영되었던 작품을 보지 못해서 뭐라고 할만한 입장은 아니지만, 애니메이션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언급이 거의 없던 걸로 봐서, 애니메이션화 된 작품도 그다지 완성도 높은 작품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베스트 에니메에는 자세한 내용이 없지만, 검색해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외적인 이야기는 이제 제쳐두고 내용에 대해서 조금 소개를 할 까 한다.

유난히 작은 눈동자와 새하얀 피부, 그리고 무시무시한 눈매가 마치 마약중독자나 살인마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가진 기타노. 하지만 그 내면은 화단에 물 주는 것을 잊지 않고,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자 노력하는 천사와도 같은 심성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새로운 학교에 전학 오게 되면서 무시무시한 외모에 의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주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변에 들끓는 친구들이라고는 여차저차 하여 그에게 쓰러진 불량배들뿐인 그에게 코이소류 고무술 도장의 외동딸인 료코가 그 진면목을 알아보게 되고, 그렇게 조금씩 주변의 오해를 풀며 친구들을 사귀게 되는 의외로 잔잔한 학원 로맨스 스토리가 바로 이 작품이다.

 

알고 보면 러브 코미디

 

요렇게만 말하면 사실 별거 아닌 러브 코미디가 되겠지만, 그림체를 본다면 그게 그렇지 않다. 기타노의 얼굴은 정말로 악마같이 생긴 것은 물론, 주변에서는 그들의 연애를 방해만 하는 인물들로 가득 차 있을 뿐더러, 주요 에피소드는 악마로 공인된 기타노를 퇴학 내지 퇴치 하기 위한 사람들이 일으키는 사건들이 주를 이룬다.

이래서야 러브라인은커녕 매 권마다 격투신이 등장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 여타의 학원폭력물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이 만화는 오히려 폭력물 보다는 개그물에 가깝다. 액션 자체는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지만, 기타노의 사랑스런 독백과 상대방의 극한(!)의 긴장, 그리고 그 상황에서 터지는 기타노의 괴성은 만화를 보는 내내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정상적인 듯 보여도 모두들 나사 한 두 가지쯤 빠져있거나, 기타노에 대해 결정적인 오해를 가지고 코미디를 연출하는 모습이 끊이지를 않기에, 이 만화는 전혀 지루함 없이, 아니 그보다는 웃음을 멈출 일이 없이 진행된다.

 

이게 알고 보면 웃겨 죽을 장면이다.

 

솔직히 그림체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잘 그린 그림은 아니다. 특히 초반에 한 두 권은 당시 쏟아져 나오는 학원폭력물에 비해서도 떨어진다고 할 만큼 그다지 좋은 그림이 아니었다. 하지만 권수가 거듭하면서 선처리나 명암연출이 점점 좋아지더니, 중간중간 데생 연습 같은 느낌의 그림이 지나치고는 갑작스레 그림체가 좋아진다. 나중에는 거칠면서도 엷은 선이 나름의 개성을 가지면서 고유의 그림체로 발전하여 후속작으로 나오는 클레이모어에 이어지게 되는데, 이전에 포스팅했던 오! 나의 여신님의 작가처럼 자기 계발에 매진하는 모습이 연상되어 흐뭇한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오른쪽도 아름답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왼쪽에 비하면 훨 낫다. 게다가 다른 캐릭터는 예쁘기까지 하다.

 

엔젤 전설은 90년대에 손꼽히는 학원물 작품이었다. 학원물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면 이 작품 정도는 봐두는 것이 좋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성격과 겉모습에서 주는 괴리를 소재로 세상은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메세지를 던진다고 말한다면 과장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작품을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을 한번쯤 해보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단순한 개그만화로 치부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의도되었건 그렇지 않건 분명 세상에 대해 반영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 작품 정도는 현물로 소장하여 가지고 있어도 충분한 가치를 지닐 것이라 생각한다.

 

 

※ 도서정보를 넣고 싶지만, 전권이 절판되었습니다.

2010년 4월 27일 화요일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 웃는 사람은 덕심이 있다.

 

말이 많은 작품이었다. 1월 신작으로 나와서 이런저런 구설수에 올라 여러가지 평가를 받은 이 작품.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를 소개하게 되었다. 라이트 노벨 원작이고 상당히 인기를 모았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절반의 실망과 절반의 대단한 성공 이라는 느낌으로 감상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어쨌든 상당히 인기를 모은 것은 사실이고 조기에 국내에 판권까지 들어왔으니 이 정도면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성공적인 작품으로 느껴진다. 물론 실제 감상 중에도 상당히 (배꼽 빠지게) 즐거웠음은 물론이고, 설정이나 구성도 상당히 우수하였다. 더불어서 이 작품에서 신보 아키유키 이후 새로 체크해야 할 감독이 생겼다는 사실을 미리 언급하고 싶다.

 

베스트 애니메 정보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제목으로 모든걸 알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필요한 키워드는 다 나왔다.

 

제일먼저 마지막에 언급했던 감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오오누마 신(大沼心) – 베스트 애니메의 정보다. 이 정보만 보더라도 어이쿠야 하면 당신은 신보 아키유키의 팬이라고 말해도 좋다. 2006년 네기마!? 신보 아키유키의 작품이다. 2007~2008년의 ef시리즈. 이 역시 감독은 오오누마 신이지만 신보 아키유키가 고문으로 참여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다음 작품이 바로 이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이다. 이정도 되면 오오누마 신은 신보 아키유키의 제자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소속 스테프로 시작하여 도움을 받아 성공작 하나를 낸 후 드디어 독립된 하나의 작품인 셈이다.

뭐, 그런 말을 따로 하지 않아도 이 작품에서는 여러가지 화면구성에서 신보 아키유키의 냄새가 난다. 음영이라던가 화면 전환, 평면 구성 등의 신보 아키유키적인 특징들이 자주 눈에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냄새를 좇아 감독을 확인한 결과 위와 같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어이쿠야 누가 아니랄까봐…

 

감독은 오오누마 신! 체크해야 할 감독이 늘었다! 가운데는 바보.

그래서 신보 아키유키적으로 그냥 비슷한 느낌이다 라고 한다면 그것은 또 아니다. 신보 아키유키의 대표적인 특징 중에 한가지가 러브코미디 불능(!?)이라는 점인데, 이 부분은 정말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를테면 뭐 이렇다. 신보 아키유키의 작품 중에 알아줄만한 러브 코미디 물이라고 한다면 네기마!?와 절망선생 정도, 넓은 의미로 보면 마리아 홀릭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며, 러브라인이 등장하는 것만으로 따져도 댄스 인 더 뱀파이어 번드와 나츠노 아라시 정도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렇다 할 러브라인이 그려졌는가 라고 한다면 당신이라면 YES라고 말하겠는가? 콧방귀나 뀌지 않으면 다행이다.

신보 아키유키의 작품들(포스팅 한것)

그에 반해서 이 오오누마 신 감독은 상당히 그부분에 기합이 들어가 있다. 러브 코미디로서의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는 수라장의 묘사나(수라장에 대한 설명은 하나마루 유치원 포스팅에 간략히 나와있다.) 그런 수라장을 헤쳐나가기 위한 여자아이들의 고뇌, 주인공의 수난 같은 부분이 정석적으로 그려져 있다. 더불어서 신보아키유키보다는 약간 부드러운 패러디들이 만발하면서 즐거움을 더하는 연출이 돋보인다.

한 줄 요약하면, 신보 아키유키랑은 다른 맛이 좋다! 라는 것이다.

 

 

잘 보면 구석 쪽에 병치혼합 스타일의 음영 연출이 있다.

뭐 이런 거 아니더라도 장면 자체에서도 신보 아키유키의 냄새가 난다.

 

베스트 애니메의 정보에도 언급이 되어 있지만, 학원 러브 코미디라는 장르에다가 특별한 학교라는 소재가 더하는 것 만으로 이 이야기는 구성되어 있다. 그 특별한 점이 정말로 특징적이기에 이 소설 및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었는데, 그것은 바로 학력을 가시적으로 구현한 소환수로 다른 클래스와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싸움의 결과는 학교의 기재의 사용권한. A클래스는 스낵, 드링크바의 무제한 제공, 안락한 교실, 최고급 기자재가 제공되며, F클래스에는 낡은 다다미방, 다리가 부러지는 밥상, 닫히지 않는 유리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제공된다.

그야말로 부익부 빈익빈이 몸소 느껴지는 배경설정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가운데 주인공을 포함한 F클래스가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더 좋은 기재를 얻기 위해 다른 반과 싸운다는 소재를 통해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에피소드는 단지 소년만화적인 전투만으로 이루어 지지는 않는다. 전형적인 러브 코미디적인 에피소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물론, 학력이 과연 세상의 전부인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은 옳은 것인가 등에 대한 사회 비판적인 메세지를 던지는 에피소드도 존재한다. 단지 웃기는 만화로 치부하기에는 제시하는 질문의 무게가 생각보다는 묵직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그런 무게를 주인공은 ‘바보’라는 설정으로 더 좋은 점수를 치르기 위한 ‘시험’을 치르고 그것을 통해 ‘소환수’를 등장시키는 것으로 아기자기하면서도 소년만화적인 감각을 잊지 않게 해준다.

 

 

이건 뭐 게임도 아니고… 하지만 귀여우니 OK

이 만화에서 주된 즐길 거리는 물론 에피소드를 꿰뚫는 작은 웃음들도 있겠지만, 덕심 가득한 분들에게 어필하는 다양한 큰 웃음 거리들이 사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사실 이부분이 웃음의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등장인물들이 여자애들을 보고 코피를 흘리는 부분이라던가, BL코드, 백합 코드 등이 서슴없이 등장하면서 웃음을 주는 부분은 잘 모르는 분들이야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은 목 아프고 등 아프고 허리가 아플 때까지 웃을 수 있다.

더불어서 시험소환전쟁이라는 이름의 싸움이 시작되면 각종 소환수가 캐릭터의 SD로 등장하여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주고, 더불어 전투는 마치 게임처럼 진행되는 모습 등은 간혹 지루해 질 수 있는 이야기 진행에 조미료가 되어 주기도 하는 부분 등은 감독의 연출력에 점수를 주게 된다.

 

백합코드가 노골적이라 불쾌감이 들 여지가 없다. 한마디로 그냥 웃기다.

 

 

츤데레, 얀데레, 야오이, BL, 백합, 어느 하나 초보자에게는 버거운 키워드 들이다. 하지만 그런 것과 관계없이 즐길만한 구성과 에피소드가 이 작품에는 잘 담겨있다.

연출, 구성, 스토리, 그리고 작품을 꿰뚫는 메세지 등 어느 면에서도 빠지지 않은 이 작품은 1월 신작들에서도 단연 최고의 작품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PS. 국내 판권이 걸려있는 작품이라 포스팅이 조심스럽다. 그래도 한번이라도 더 보자고 하는 글인데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한다. 다섯 시간짜리 애니메이션에서 스샷 그까짓 열 장도 안 되는 거 찍었다고 고소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한다.

더불어서 내리라고 하면 내릴 테니 제발 고소는 하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나 돈 없는 학생이다.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6 - 10점
이노우에 켄지 지음, 김애란 옮김, 하가 유이 그림/대원씨아이(단행본)

2010년 4월 26일 월요일

하나마루 유치원 - 치유계일까 러브코미디일까

 

사실 신작을 소개하는 것은 개인적인 원칙에 반하는 부분이다. 신작이야 뭐 내가 소개 안 해도 어차피 볼 사람은 볼 것이고, 내가 글을 쓴다고 안 볼 사람이 볼 것도 아니므로 포스팅에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메타블로그의 트렌드라던가 최근 올렸던 포스트의 반응같은것을 보자면 이거 그렇다고 너무 고집하다가는 도태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리하여 한가지 신념을 살짝 굽혔다. 사실 굽혔다기보다는 방향성을 약간 틀었다고 할 수 있겠다. 굳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신작 구작 관계없이 재미있는걸 소개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작품은 그런 취지를 가져온 첫 번째, 1월 신작이었던 하나마루 유치원을 소개할까 한다.

 

하나마루 유치원! 하나마루는 왼쪽에 있는 꽃 모양의 동그라미를 말한다. 참 잘했어요 같은 의미.

 

치유계에 대해서는 이전에 길게 길게 설명한 포스팅이 있으니 그쪽을 참고하시길 바란다.(치유계에 대한 포스팅) 러브 코미디라는 것이 하나의 별것 없는 남자 주인공에게 여러명의 여성이 들러붙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전 몇몇 포스팅에서 했었고, 관련 작품들도 여럿 포스팅 한 바가 있다.

과거 포스팅했던 러브 코미디 장르의 작품들

이 작품은 어떻게 구분하는 게 좋을지 조금 고민이 된다. 하나마루 유치원이라는 배경이다 보니 당연히 주요 등장인물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고, 아이들이 아니라면 학부형과 선생님들이 고작. 주인공이 유치원 유일의 남자 선생님이라는 설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러브 코미디라는 장르가 떠오르기에는 설정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이 상태로는 아이들을 보면서 치유 받는 느낌의, 넓은 의미의 치유계 정도로 분류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이런 걸 보고 치유 받으면 이미 더럽혀진 몸이라도 마음만큼은 깨끗해 진다.

 

하지만 이 작품은 보면 볼수록 러브 코미디의 느낌이 강하다. 수라장(修羅場 : 슈라바 라고 읽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수라장이라는 말로 난장판을 이야기하지만, 일본어로는 사랑을 원인으로 하는 아수라장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을 만드는 캐릭터가 주로 유치원생(……)이라는 점을 잠시 잊고 보면, 네 명의 여자와 주인공 사이에서 여러 가지 트러블을 일으키는 것이 이 작품의 골자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주인공은 유치원생(2명)이나 여동생(…)에게는 딱히 관심이 없고, 동료 선생님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범죄의 영역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참으로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여하튼 그런 부분을 두고 본다면 이 만화는 넓은 의미에서 러브 코미디의 느낌을 받는다. 하기사 온갖 종류의 러브코미디가 범람하는 지금 시대에 유치원생이 얽히는 수라장 쯤이야 뭐 그냥 애교로 봐줘도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으니…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도록 하자.

이런 것이 바로 수라장이다! 아아아… 이 뒤에 이어지는 것은 결국 질투와 굴욕의 싸움뿐…

 

주인공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여 유치원 교사를 시작한 신참 선생이다. 하지만 첫날부터 지각, 급히 출근하는 와중에 꼬마아이를 만나게 된다. 꼬마아이는 유치원에 가서 선생님이 꼬셨다(난파라는 일본어다. 헌팅이라고 보통 번역한다)고 소문을 내더니 급기야는 선생님의 신부가 되겠다고 나서기 시작한다. 한편 주인공은 동료 교사인 야마모토선생님에게 첫눈에 반해버리고 어택을 시작하는데…

6편쯤 지나게 되면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한 명은 역시 유치원생인 히나기쿠로, 지역 야쿠자의 외동딸이다. 신발끈이 끊어진 히나기쿠를 주인공이 도와줬다는 이유인 모양이다. 또 한 명은 여동생. 원체 아이를 좋아하는(별로 위험하지 않은 의미로) 주인공이 어렸을 때부터 여동생에게 상냥하게 대해주었는데, 아이들에게 오빠를 뺏기고 싶지 않다는 심리에서 나오는 질투 같은 걸로 시작한다.

여하튼 이렇게 주요 네 명의 캐릭터가 주인공을 두고 수라장을 만들어 간다.

 

일이 점점 커지네! 랄까 부럽기는 해 좀.

 

요렇게만 말하면 그냥 러브코미디로만 인식되기 쉽지만, 사실 이 만화는 치유계의 성향도 강하게 가지고 있는 편이다.

소극적이면서도 착하고 상냥한 코우메, 유치원 최고의 척척박사인 히이라기, 엄마를 쏙 닮아 추진력 하나는 기네스북 수준의 안즈가 벌이는 이야기와 소동들은 정말로 아이들의 시점에서 벌어나는 사건들을 자유분방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그려내면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게 해준다.

캐릭터가 한 명 씩 등장하면서 풍부해지는 이야기들도 그냥 보고 넘기기에는 잊혀지지 않는 인상이 남는다. 히나기쿠의 야쿠자들은 무려 지역밀착활동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을 겁준다던가, 출판사의 아르바이트인 야마모토 선생님의 동생이 담당하는 만화가 하나마루 선생님의 이야기 등은 자극적인 러브 코미디 보다는 잔잔한 치유계의 감각이 강하게 느껴진다.

 

멋있는 거보다… 귀여운 게… 강해.

 

이 애니의 특징 중 하나를 더 꼽자면, 엔딩 클립의 베리에이션이다. 조만간 OST라던가 보컬 시리즈 앨범같은 게 나올런지는 몰라도, 엔딩은 모든 캐릭터의 캐릭터 송 개념의 노래가 한번씩 등장한다.

캐릭터의 특징을 잘 잡은 화면구성과 음악은 솔직히 좋은 수준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아 쫌 상술이라는 느낌도 없지 않기는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느낌이 잘 묻어나는 엔딩 클립을 보고 있자면, 여러가지 의미로 치유 받는 느낌을 얻을 수 있어 문득 넋을 놓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넋 놓고 보다가는 1분 30초가 훅 간다.

요즘의, 특히 올해의 애니메이션들은 치유계가 많지 않다.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08~09년 노출이 줄어 들어 나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나에게는 갑작스레 노출이 늘고 대상연령이 높아지는 애니메이션들에는 눈살이 조금 찌푸리게 되는 면이 없지 않다.

하나마루 유치원은 (시각에 따라서는 심각한 문제 작품이지만^^;)이런 세태에서는 상당히 건전하면서도 잔잔한 느낌의 좋은 작품이다. 유치원생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위험하지 않은 의미로)보면서 가볍게 즐기기에는 이런 작품이 적격이다.



하나마루 유치원 5 - 10점
Yuto 지음/서울문화사(만화)

2010년 4월 24일 토요일

xxxHolic - CLAMP in wonderland

 

CLAMP라는 만화가 팀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이미 나이를 많이 드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명한 작품만 따져도, 성전, X, 카드캡터 사쿠라, 마법기사 레이어스, 츠바사 등 수 많은 작품을 만든 그들은 여러 가지 의미로 전설을 많이 만든 집단이다.

후에 CLAMP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를 할지 말지는 아직 고민 중이지만, 확실한 것은 이 소재만으로 포스팅 세 개 정도는 족히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찌됐건, CLAMP가 그리는 작품 중에 가장 최근의 두 작품중 하나 xxxHolic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xxxHolic 독특한 CLAMP의 그림체가 눈을 잡아 끈다.

 

xxxHolic은 주로 일본의 민속신화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괴물들(怪 : 아야카시)에 관한 소재들을 주로 등장시킨다. 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소재들, 이를테면 다중세계 같은 이야기도 함께 언급하면서 ‘신비’에 관한 다양한 소재들이라면 두루 사용하는 편이다.

이야기는 대체로 옴니버스적인 구성이지만, 다양한 주변캐릭터가 모이고 관계가 조금씩 발전하는 등의 요소가 포함되어 변화를 준다. 더불어서 앞에 언급한 CLAMP의 최신작 다른 하나인 ‘츠바사’의 내용이 조금씩 크로스 오버 되고 있어 그쪽의 이야기도 함께 만화의 내용에 영향을 준다.

(사실 xxxHolic보다는 츠바사를 먼저 포스팅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츠바사의 주인공, 샤오랑과 사쿠라의 등장.

 

사실 xxxHolic으로 CLAMP의 만화를 처음 보시는 분이라면 이 만화의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작품은 지금껏 CLAMP의 작품들의 총집편 같은 느낌이 강해서, 츠바사를 포함한 다양한 작품들의 캐릭터나 과거 행적들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자주 등장한다. 더불어서 필연, 영혼, 다중세계등의 소재를 통해서 이러한 작품간의 교차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어떤 의미에서 매우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본인도 글을 써본 적이 있는 입장으로서 여러 가지 의미로 존경스러운 시도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런 부분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는데, 뭐 이를테면 우려먹기라던가 뭐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하지만 굳이 이야기를 하자면,

재미없으면 보지마.

라고 말하고 싶다.

 

어디서 본 것 같아도 신경 쓰면 지는 것이다. 아무리 이름이 CLAMP중 한 명 같아도 말이다.

 

xxxHolic에서 등장하는 민속신화의 소재들은 사실 다른 작품들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바가 있기에 특별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 만화가 다른 만화와 차별성을 지니는 부분은 소재보다는 그 그림체에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적절하다.

여기서 다시 CLAMP의 이야기를 약간만 한다면, 모 선배의 이야기를 인용하고 싶다.

그냥 예쁜 그림이 아니라, 걔네들 그림에는 철학이 있어.

그 선배는 한때 프로 만화가도 지망한 바가 있는 상당한 도시남자로(실제로 엄청나게 시크하다. 하지만 결혼했다.) 그림체에 CLAMP와의 접점이 전혀 없는 분이었다. 이를테면 이노우에화백(베가본드)과 고토 케이지(기동전함 나데시코) 정도의 차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에 대한 소양이 별로 없는 편이지만, 그 선배의 성향으로 판단할 때 상당한 가치가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그런 표현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선과 면을 적절히 사용하는 CLAMP의 그림체는 확실히 다른 만화들과는 차별이 된다.

 

소재에 대해 소홀히 넘어갔지만  무조건 특별하지 않다라고 말하기에는 무언가 남는 부분이 있다. 이야기는 아야카시에 대한 부분 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지는 다양한 감정과 내면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허영심, 자신감, 호기심 등이 인간에게, 혹은 삶에, 또는 영혼에게 미치는 영향을 신비하게 풀어내어 이야기를 이끄는 부분은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이러한 인간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는 극단적이고 상당히 과장된 모습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상상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를 지키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단지 과거나 현재의 기억과 사건들로 구성하기 보다는 내면의 모습 그 자체에 대해 노골적이리 만치 만들어지는 이야기들은 단지 재미있다고 넘어가기에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되요. 이렇게 되요.

 

xxxHolic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시점도 조금 특이하다. 보통의 괴물류 이야기를 보면, 괴물에 의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전적으로 본인의 힘을 개입시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경우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 다양한 액션이나 소년만화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얼마든지 재미요소를 이끌어내는 방법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그런 부분을 최대한 배제한다. xxxHolic을 보면 사건에 대해 최대한 주인공의 개입을 배제하려는 것이 보인다. 보통은 이야기를 제시한 후 발을 빼거나, 해결주체가 본인들이 아닌 경우도 허다하다. 실질적으로 각 캐릭터에 대한 사건이 진행되는 수준이 아니라면 그들이 직접 이야기를 풀어내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이다. 이런 전개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매우 힘들어진다. 무엇보다 전례가 흔치 않다는 것이다. 작품에서는 주로 필연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마치 모든 것이 흘러가야 할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드러내지만, 그 와중에도 순간순간 무언가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심을 떨칠 수 없게끔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우연 따위는 없다지만 마치 노리고 한 거 같잖아.

 

xxxHolic에 대해 이야기하면 사실 츠바사를 빼놓아서는 이야기를 완결시킬 수 없다. 동시에 연재하면서 동시에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더불어 타임라인을 맞추어 서로간에 크로스 오버되는 모습에 비추어, 두 가지 작품이 단지 두 개의 작품으로 치부되기에는 무언가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조만간 분명 츠바사에 대한 포스팅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츠바사를 제외하고 단지 이 작품만을 논한다 하더라도 완성도에 대한 부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최근은 인간 내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작품들이 종종 눈에 띄는 경향이 있지만, 그 사이에서도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일 것이다.

 

XXX홀릭 16 - 10점
CLAMP 지음/서울문화사(만화)

2010년 4월 23일 금요일

Q.E.D.~증명종료~ 추리만화의 일면

 

추리만화라고 한다면 당장 떠오르는 작품은 김전일이나 코난 정도다. 김전일은 대체적으로 하나의 사건을 1권 내외의 분량으로 다루면서 사건의 트릭과 정황을 깊이 있게 다루는 편이고, 코난은 그 반대로 한 사건이 길어야 연재분량 서너편을 넘지 않으면서 가볍고 접근성 있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방금 언급한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추리만화이다. 하지만 코난이나 김전일에 비하면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언급할 만한 문제는 아니지만, 검색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가를 통해서라도 이 만화의 인지도가 그다지 좋지 않음은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만화라고 해서 그다지 재미가 없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굳이 따지면 흡입력이 조금 부족한 면이 있는데, 사실 그냥 재미로 본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 포스팅을 통해 이 작품의 숨겨진 가치와 다른 추리만화에 비해 부족한 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이와 같이 앞의 명제를 처음 조건에 따라 증명하였다. Q.E.D.

 

 

추리만화는 사실 추리소설 팬들에게는 그다지 어필하지 못한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추리소설에 비해서 독자에게 돌아가는 단서가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말하자면, 추리만화들은 대체로 독자들이 혼자서 추리할 수 있을만한 결정적인 단서를 노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전일은 위에 말한 작품들에 비해서 이 부분은 상당히 강한 편이다. 실제 추리 소설의 분위기에 가까울뿐더러 이야기를 깊게 다루는 만큼 노출되지 않은 면이라 할지라도 독자들이 유추할만한 ‘시간’을 제공한다.(여기서 말하는 시간은 단행본을 읽는 데에 걸리는 시간도 포함되지만, 연재주기에 의해 연장되는 시간까지 말한다.) 따라서 굳이 일반 독자들이 외면할지라도 추리소설 팬들에게 얼마든지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비교적 이지만….

그에 비해서 명탐정 코난은 정 반대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건 자체에서 얻는 사고유희는 그다지 크지 않은 대신 분위기에서 오는 가벼운 긴장감,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서 변화하는 코난의 주변상황 등에서 추리보다는 오히려 소년만화적인 재미를 끌어내는 데에 중점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추리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에게도 추리물을 본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성을 통해서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죽을 사람은 모두, 죽었어!!(좌) 저 손가락에 여러 사람 자살했다.(우)

 

Q.E.D.는 사실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코난쪽에 가깝다. 이야기는 옴니버스 구성이면서 사건은 연재분 1~2편의 길이를 크게 넘지 않는다. 이야기는 특별한 주인공과 여고생을 등장시켜 접근성을 추구하였으며, 사건을 다루는 방법도 그다지 깊이 있는 편이 아니다. 어찌 보면 코난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구성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코난은 대중적으로 성공했지만, Q.E.D.는 그렇지 못했다. 왜일까?

개인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소년만화적인 재미가 부족한 점을 꼽고 싶다. Q.E.D.는 전적으로 옴니버스의 구성을 따르고 있다. 연재분량 한편 정도에 해당하는 한가지 사건이 지나고 새로운 사건이 시작될 때, 전혀 차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위에 추가되는 캐릭터는 있지만 그들을 둘러싼 커다란 무언가가 움직인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다. 코난에서는 검은 코트의 사나이들과 대립구도를 펼치며 때때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바로 이점이 일반적인 흡입력을 지니지 못하는 원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것만 알고 있으면 몇 권을 보기 시작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굳이 이야기한다면, 이 만화는 꽤나 재미있다. 김전일에 비해서는 훨씬 가벼운 그림체가 사용되었을 뿐더러, 때때로 등장하는 개그요소는 만화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데에 얼마든지 기여한다. 한번 1권을 들었다면 일단 주위에 있는 뒷 권 들은 얼마든지 계속해서 볼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 1권을 보고 2권을 보든 20권을 보든 그 느낌의 차이가 없는 것이 결정적으로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말하자면, 보면 재미있지만 굳이 연재되는 분량을 기다릴 이유는 없는 그런 만화인 셈이다.

하지만 이 점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장점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사실 추리라는 장르는 기획단계에서 다른 만화보다 훨씬 어려우리라는 사실은 쉬이 짐작이 된다. 따라서 연재속도가 만족스러우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김전일의 경우에는 한가지 이야기가 끝나려면 최소 6개월 정도는 기다려야 할 것이고, 코난은 검은 코트가 흘깃 책장을 스치기만 해도 한숨을 쉬게 된다. 이야기의 진행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완결된 다음에 보는 것이 낫다고 말할 정도이다.

Q.E.D.는 그 점에서는 강하다. 언제든지 생각이 날 때 책을 들면 언제든지 변함없는 모습으로 독자를 반기는 것이다. 굳이 기다리지 않고 다른 만화를 보다가 문득 얼마나 연재가 됐는지 궁금할 때 2~3권을 읽는다면 충분한 것이다. 뒤가 어떻게 될지 조마조마할 필요는 전혀 없다.

(굳이 변하는 게 있다면, 여주인공인 가나가 주인공인 토마를 점점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는 점이다. 그것도 추측이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요정도? 그 외에는 다 똑같혀~

 

Q.E.D.의 장점 중에서 또 한가지를 꼽자면, 방대한 양의 교양지식이 담겨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만화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접근성과 양에서 이 작품은 좀더 우수하다. 주인공이 MIT에 다닌 수학과의 학생이었다는 설정을 활용한 이를테면 오일러의 공식 (e^πi = –1 : 수학사상 가장 아름다운 공식. 자세한 건 네이버과학을 보자.)같은 부분도 그렇지만, 다양한 형태의 문화, 사회, 과학적인 상식들이 이 만화에서는 간단하면서도 흥미로운 형태로 등장한다. 물론 이 만화를 통해서 올바른 지식을 확실하게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은 지면관계상 무리가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지식을 보고 요즘 같은 세상에 검색 한번만 날리면 얼마든지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오히려 청소년들의 교양 함양을 위해서 권장하고 싶을 정도이다.

 

범행 동기는 바로 이 수식이었다.

 

추리만화는 사실 그렇게 인기 있는 장르가 아니다. 만화의 역사가 몇 년인데 추리만화가 고작 방금 언급한 세가지 작품밖에 없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김전일의 작가의 후속편인 탐정학원Q는 잠시 논외로 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작품들이 사장된 이유는 추리만화라는 장르와 매체가 그다지 잘 매치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는 상당히 재미있고, 생각보다는 꽤나 가치 있는 작품이다. 더군다나 이 만화는 3명만으로 일본의 전 인구를 사살할 수 있다는 일본 3대 사신 중 두 명인 김전일과 코난(한 명은 라이토) 에 비하면 사람이 잘 죽지 않는 편이기에 거부감이 들 이유도 없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분실, 속임수, 혹은 과거에 죽었던 사람에 대한 재조명 같은 소재가 사용된다. 물론 살인도 없지는 않지만 전체에 비하면 2~3할 정도의 낮은 숫자이다.

이렇게 가볍고 부드러운 추리물이라면 코난의 연재가 지겨운 독자 분들에게 얼마든지 쉼터를 제공해줄 것이다.

 

Q.E.D 큐이디 35 - 10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