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3일 목요일

블로그를 이전합니다.

아무래도 대충 옮기려니 쉽지가 않군요.
제대로 포스팅을 통해 공지하는 것이 좋겠지 싶어 이렇게 올립니다.
이번에 티스토리로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블로거 닷컴과 합병하는 모습을 지켜볼까했는데, 아무래도 같은 태터툴즈 계열인 티스토리로 가는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대충 몇시간 투자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에 아침부터 일하는 시간 제외하고 간간히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역시 이정도로는 힘든것 같습니다.

최대한 빨리 끝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 작품 소개는 오픈캐스트가 발행되는 다음주 월요일 함께 업로드 하는것으로 하겠습니다.

텍스트큐브의 아스트랄사이드를 방문해주신 여러분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티스토리의 아스트랄사이드를 방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Astral Side in tistory

2010년 5월 12일 수요일

블로그 이전합니다. 샨새교로 갑니다.

결국은 옮기게 되는군요.
http://primaryc.tistory.com/
구글은 대체 뭘 하고 있는걸까요

카미츄 - 중학생인데 신입니다.

 

치유계 작품들 중 어떤 작품들은 매우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매번 예를 드는 카페 알파라던가 아리아 같은 작품들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작품 중에서도 분명히 명작은 존재한다.

사실 매번 치유계에 속하는 작품을 소개하면서, 독자의 어떤 분이 이 만화는 치유계가 아니다 라고 물으신다면 참 난감할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고는 한다. 장르의 분리는 언제나 모호성을 내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특히 최근에 치유계라고 말하며 쓴 몇몇 포스트는 엄밀하게 말해서는 치유계라고 부르기 힘든 특징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카미츄는 치유계가 아니면 분리하기 힘들 정도로, 그야말로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신이 되어버린 여중생의 이야기. 카미츄를 소개한다.

 

베스트 애니메 정보

 

신(카미)인데 중학생(츄우가쿠세이)이라서 카미츄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신이 되어버린 소녀, 유리에.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미츠에짱, 나 신이 되어버렸어’ 가 첫 대사이다. 어쨌든, 그렇게 신이 되어버린 유리에가, 어렸을 적부터 친한 친구인 미츠에, 신사의 딸인 마츠리와 함께 중학생과 신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가지의 생활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애니메이션은, 유리에가 조우하게 되는 이런 저런 사건이나 사람들의 기원으로부터 시작하여, 한편 한편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평안을 되찾아 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옴니버스적인 구성이다. 다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몇 월에는 무엇, 몇 월에는 무엇 같은 이벤트들이 있고, 더불어서 유리에의 짝사랑인 니노미야군과의 관계가 조금씩 발전되어 간다는 점만이 이 애니메이션의 진행을 이야기해준다.

뭐, 결론적으로는, 첫 편과 끝 편을 제외하면 어느 편을 켜더라도 언제나 다른 이야기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나 신이 되어버렸어. 그것도 어제저녁!?

 

일본에서의 신은 기독교 등에서 말하는 유일신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마을마다 받드는 신이 따로 있으며, 각각의 토착신인 경우도 있고, 어떤 물건이나 동물에 깃든 신인 경우도 있으며, 실제로 존재했던 위인을 신으로 받들기도 하는 등, 신을 정확하게 규정하는 방법 같은 것은 없다. 또한 신 뿐만 아니라, 요괴(모노노케) 등의 상식적이지 못한 생명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관대하여, 물건에 깃드는 것, 동물이 신통력을 얻은 것 등 다양하게 존재하며 확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애니에서는 이런 점이 아주 잘 적용되어 있어, 마을의 토착신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신인 유리에를 동시에 받든다 해도 아무런 종교적 거부감을 가지는 이가 없다. 심지어는 신들의 휴양지 같은 것이 있어서, 그곳에 가면 엄청난 숫자의 신들이 존재하고, 그 속에서 신이란 만물의 숫자만큼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다.

 

신은 만물의 숫자만큼 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80년대 중반 무렵의 일본의 한 시골마을이다. 마을 한 가운데에 상당한 크기의 강이 있어, 멀리에 있는 다리를 건너기 위해 비잉 돌아가지 않는 한, 배를 타야만 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때문에 작품 속에서는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 앞에서 기다리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고는 한다. 이런 한가하고 여유로운 배경 속에 등장하는 모노노케들은 그저 자신의 생활, 이를테면 낚시라던가, 산책이라던가, 캔을 굴린다던가 하는 행동들을 운치있게 즐기면서 유유자적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캐릭터들, 그리고 배경 속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 또한 꽤나 아기자기한 것들이다.

오래 전의 추억을 다시 한번 되살려 잊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이야기라던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가져다 주는 다양한 기쁨, 행복, 슬픔, 괴로움을 다루는 이야기들은, 이 작품이 치유계로 분류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장난을 좋아하는 모노노케들. 보고 있으면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 없다.

 

이 만화가 소중한 이유는 한가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그림체이다. 이 만화에서 등장하는 인물의 대부분은 중학생이다. 물론 여자만은 아니고 남자아이도 종종 나오며, 부모님이라던가 아이들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그런 캐릭터들의 모습은 어른이든 아이든 귀엽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체로 둥글둥글하게 그려진 선들을 비롯하여, 다른 만화들에 비해서 비교적 짧고 뭉툭한 느낌을 주는 인물 묘사는 여러 가지 의미로 귀여움이라는 코드와 잘 매치된다. 그러나 이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할 것 없이, 애니메이션이 진행될 때 보이는 유리에만 보더라도 그 귀여움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언뜻 보아도 앳돼 보이는 유리에의 외모에, 종종 표현되는 불룩한 볼테기의 모습은, 피★츄 같은 듣보잡 꺼져 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들릴 정도이다.

 

깨물어주고 싶은 볼테기

 

그림체, 배경, 이야기, 캐릭터. 어느 면을 보아도 이 작품은 치유계로서의 요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다만 애니메이션이 애매하게도 16편만에 끝났다던가, 후반부에 가면 약간 이야기가 재미없어진다던가 하는 이상한 점이 눈에 살짝 띄인다는 점이 얼마 안되는 단점이기는 하다.

언급하지 않기는 했지만, 수수한듯 보여도 엄청난 공을 들인 느낌이 보이는 작화라던가, 분위기에 매우 적절한 OST등은 이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를 한층 높여주고 있기에, 저런 단점은 굳이 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16편, 20분씩 320분, 6시간 정도를 투자하면 다 볼 수 있는 분량이다. 주말 뒹굴뒹굴 방구석을 긁기보다는, 이런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이 유익하지 않을까?

카미츄 2 - 10점
베사메 무쵸 외 지음/학산문화사(만화)

2010년 5월 11일 화요일

햣코 - 웃긴데 치유 받는다고?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전 포스팅 했던 미나미가히다마리 스케치같은 작품을 나는 치유계로 분리를 했다. 사실 치유계를 좁은 의미로 본다면 단지 미소녀가 나와서 일상 드라마를 펼치는 정도로 치유계로 분류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면이 있다. 굳이 치유계를 핀포인트로 보고 예시를 들기에는 고작해야 아리아나 카페알파 정도의 작품 이상은 꼽기 힘든 게 사실이다. 미나미가나 히다마리 스케치는 평범한 일상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에피소드를 그리면서 웃음을 겹쳐낸다. 이런 연출과 이야기는 분명 팍팍한 삶 속에서도 스트레스를 씻어내며 작은 미소를 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 점이 이런 작품들을 넓은 의미로 치유계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오늘 소개할 햣코는 그런 넓은 의미의 치유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어찌보면 미소녀들이 나오는 별것 아닌 개그만화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캐릭터의 개성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별것 아닌 듯 보이는 에피소드들은 비록 그 소재가 덕스러운 향기가 나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오늘은 치유계의 가장자리 언저리쯤 있는 개그만화, 햣코를 소개한다.

 

뭐가 백 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지난주 금요일, 알라딘에서 메일이 왔는데, 이주의 TTB(Thanks To Blog)리뷰에 선정되어 적립금 1만원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어차피 책을 사는 것 말고는 거의 쓸 방법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블로그를 통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는 점에 상당히 의욕이 고취되었다.

여하튼 그렇게 얻은 1만원으로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역시 만화책, 그것도 소개하지 않은 녀석을 사서 다시 한번 소개를 하는 것을 통해 독자와 알라딘에 환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구매하게 된 것이 바로 이 햣코이기도 하다. 물론 소개의 대상은 애니메이션이지만, 만화책을 보지 못한 나로서는 원작과의 비교를 위해 이 만화책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만화책도 상당히 재미있었다는 것만은 말할 수 있겠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적기로 한다.

 

감사합니다! 알라딘!

 

햣코는 네명의 소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학원 코미디 애니메이션이다. 언제나 하이텐션의 토라코, 말이 없지만 잘 먹고 힘센 스즈메, 대기업의 따님이자 네 명 중 태클(突っ込み : 만담에서 상대방의 개그를 지적하며 웃음을 끌어내는 것, 애니메이션에는 자주 쓰이는 말입니다.)담당의 타카코, 천상 소녀인 아유미. 이 네 명이 벌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은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 만으로 웃음을 준다. 또한 네 명의 캐릭터 주위로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매 편마다 틈틈히 새로 등장하면서 몇 편 되지 않는 이야기를 점점 풍성하게 만든다. 보통의 경우 캐릭터가 다양화되면 사장되는 캐릭터가 존재하면서 구성이 형편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 만화는 그런 부분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매 에피소드에 몇 명의 캐릭터가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 무려 10여명의 캐릭터들은 ‘에피소드에 필요하면 넣고 아니면 만다’ 정도의 비중으로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는 필요 없는 경우 주인공인 네 명 중에 한 두 명도 에피소드 내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은 방금 말했듯, 구성이 약화되는 면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부분을 무시한 채, 이러한 구성이 자아내는 자유분방한 분위기만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 점이 이 작품의 최고의 장점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저 많은 캐릭터에 각자 개성이 부여되어 있다.

 

애니메이션은 만화책의 1~3개의 에피소드를 한 편에 우겨 넣어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우겨 넣었다고는 해도 진행에 문제가 있을 만큼 억지로 집어넣은 것은 아니며, 에피소드의 길이에 따라 적당히 구성하는 것으로 완성되어 있다. 하지만 만화책과는 약간 다른 점이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장면이 완전히 동일하지만, 몇몇 장면에서는 스크립트의 길이가 다르다는 점이다. 변했다고 말하면 쉽지만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 것은, 기존의 원작에 있던 부분에서 적당히 추가만 되거나, 일부를 자르기만 했을 뿐 사용하는 단어나 내용이 바뀌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만화가 애니화 되는 경우 원작을 훼손한다는 비난을 받기 쉬운데, 햣코는 이런 점을 회피하고 일부에서는 어느 정도 개선을 시도하는 모습도 간혹 보이고 있어, 원작을 훼손한 느낌은 거의 받기 힘들다.

 

저 16개째라는 말은 애니메이션이 아닌 만화에서의 에피소드 순서를 말한다.

 

이 작품을 보다 보면 등장하는 캐릭터의 개성이 매우 뚜렷, 아니 정정하면, 상당히 극단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착하면 엄청나게 착하고, 조용하면 귀신수준으로 말이 없으며, 남녀불문 친하게 지내느니 바이라고 당당히 외친다거나 하는 수준이다. 이런 부분은 앞에서 말했던 덕스러운 향기가 난다는 언급이 지적하는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런 덕스러운 느낌이 나는 부분을 확실하게 개방하는 것으로 덕심 가득한 분들 외에도 얼마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굳이 장면을 자극적으로 만들어 덕심 가득한 분들에게 더욱 큰 어필을 포기하고 소프트한 독자들을 위한 접근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이 비록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개그만화일지라도 그것이 단지 덕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치유계의 일부로 볼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이런 점에서 기인한다.

 

이 정도면 커밍아웃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아유미의 성우는 놀랍게도 히라노 아야다. 스즈미야 하루히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국민 아이돌의 반열에 오른 히라노 아야가 이 작품에서 등장한다는 점은 상당히 화제를 모은 바가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스즈메의 성우는 하세 유리나, 몇몇 출연한 바는 있지만, 신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출연작이 적은 성우이며, 대사가 거의 없다고는 해도 주인공급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연기에 아쉬움이 남는 배역이다. 천재 공학소녀 치에의 성우는 무려 호리에 유이, 그러나 반장인 네네의 성우는 후지타 마사요라는 신인. 이와 같이 성우의 캐스팅에 엄청난 편차가 존재한다. 애니메이션을 보면 이런 부분이 눈에 띌 정도로 드러나는데, 유명 성우가 질을 높이고 있는 것인지 무명 성우가 완성도를 깎아먹고 있는 것인지 알아먹기가 힘들 정도로 애매한 수준이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고르게 채용되었다.


여고생들이 일상의 사건들을 일으키는 이야기 햣코. 어떻게 보면 단지 덕만화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는 미묘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았을 때는 의외로 보는 이를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흡입력이 있는 좋은 작품임을 알 수 있는 요소가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다.

만화책을 보든 애니메이션을 보든, 이 작품을 감상하는 이는 폭소와 미소 사이를 오가며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햣코 Hyakko 5 - 10점
카토 하루아키 지음/중앙books(중앙북스)

2010년 5월 10일 월요일

아기와 나 -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작품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다. 친척집에서 빌려다 백 번에 가깝게 봤던 만화책. 하지만 그 백 번이 전혀 아깝지 않은 만화책이다. 어머니를 잃은 소년과 자신이 어머니가 없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동생. 그리고 그 두 사람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세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휴먼드라마, 아기와 나다.

이 포스팅을 할까 고민을 좀 했었다. 사실 얼마 전에 다음 뷰에서 비슷한 포스팅을 본 일도 있고 해서 올려도 나중에나 올릴까 생각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쓸 작품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아서 쓰게 되었다 ^^;;

하지만 이 작품은 쓸 작품이 없어 썼다는 말도 안 되는 오명을 듣기에는 너무나도 명작이다. 마리모 라가와의 명작, 아기와 나를 소개한다.

 

아기와 나. 저 귀엽고 동글동글한 아이들을 보라!

 

마리모 라가와라는 작가는, 남자들은 대부분 모를 것이고, 여자분들은 많은 분들이 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분은 무려, 야오이의 대모격인 분이시기 때문이다. 20년전, 야오이라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시기에, 이미 이분은 호모만화를 그리시던 시대를 앞서나간 분이시다.(웃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분의 작품들은 뉴욕뉴욕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야오이 코드를 품은 작품들이 대부분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를 통해 표현하는 섬세한 감정표현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하다. 더욱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이 매우 수려하고 정석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작품의 질이 다른 만화와는 한층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뉴욕뉴욕 눈치 빠른 사람은 이 그림만 봐도 무슨 장르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리모 라가와의 작품 중에 대중적으로 성공한 대표작은 단연 이 아기와 나를 꼽는다. 커다랗고 동글동글한 눈으로 그려진 아이들과 깔끔하고 미려하게 그려진 어른들을 보고 있자면,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도 잘 가지 않을 정도로 눈이 즐거운 그림체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귀여운 것은 더욱 귀엽게 멋있는 것은 더욱 멋지게 그리는 작가의 표현력은 그야말로 놀라운 수준으로, 왜 이분이 야오이계의 대모라고 불릴 수 밖에 없는 지를 말해주는 듯 하다.

 

귀여운 것은 더 귀엽게.

 

이 만화가 명작인 이유는 물론 그림체나 연출같은 부분도 충분히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만화가 가지는 가장 큰 어른의 현실과 아이의 꿈을 오가는 감동과 슬픔의 휴먼드라마라고 말할 수 있다. 총 18권의 만화책으로 이루어져 있는 아기와 나를 보고 있으면, 적어도 한 권에 한 두 번씩 눈물이 솟아오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친구, 가족, 연인 등 사람이 살아가면서 보고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 소재로 삼고 그것을 이야기로 승화시켜 감동을 자아내는 작가의 연출력은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눈 위에 빨간 피를 토하는 병은 이제 한 달에 천원이면 고칠 수 있다.

이 만화는 사실 그림체도 순정에 가깝고,(원래 작가가 그렇기도 하니…) 내용도 휴먼드라마 장르이고 해서 남자 코코마 여러분은 그다지 손이 안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족의 정과 우애, 친구들과의 우정 등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다루고 있는 이 만화는 어른이고 아이고 반드시 읽어볼 가치가 있는 권장도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기와 나 15 - 10점
라가와 마리모 지음/대원씨아이(만화)

2010년 5월 9일 일요일

5월 9일 포스트 쉬는 일요일

알라딘 이주의 리뷰 선정

 

감사합니다. 알라딘에서 이주의 TTB리뷰로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포스트는 센타로의 일기입니다.

이주의 TTB리뷰는 알라딘 적립금 만원이 상금으로 주어지는데요, 환급이 되는 돈은 물론 아니지만, 전부터 알라딘을 통해서 번 돈은 다시 리뷰를 통해 되돌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환급여부는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블로그를 통해서 수치상으로 얻은 수익은 지금까지 총 1만 5천원정도입니다. 5천원은 애드센스이고, 1만원은 이 TTB리뷰지요. 이제서야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할 참입니다.

 

 

질러버렸습니다. 햣코!

 

질러버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뭐 상금 받자마자 뭘살까 고민하다가, 아직 안본책+앞으로 리뷰할만한 만화정도로 좁히고 이것저것 알아보았습니다만, 애니메이션으로 출시된 햣코를 안그래도 조만간 리뷰할 생각이라, 만화책도 함께 보고 리뷰를 좀더 풍성하게 할 요량으로 사게되었습니다.

적립금이 1만원이므로 1,2권과 배송비를 제하니 4백원이 남더군요... 요즘 만화책 무섭게 비싸져버렸습니다.

여하튼, 빠르면 화요일즈음해서 소개를 올리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구매한 책이라도 사진찍어서 올려볼까 생각합니다 ^^



무시무시합니다. 네이버 메인.


월요일저녁부터 네이버 메인에 올라갔습니다. 얼마전 오픈캐스트를 오픈했습니다만, 캐스트 통채로 네이버 메인에 올라갔습니다. 덕분에 아침8시 현재 방문자 1700명... 무시무시하군요.

역시 네이버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덕분에 애드센스도 상당한 성과를 올렸고, 다른 수익모델들도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뭐, 대단할것이야 없겠습니다만, 이런 것 하나하나가 큰 힘이 됩니다 ^^

열심히 하겠습니다. 더 지켜봐주세요 ^^



다음 뷰 세자리순위 입성


드디어 900위대입니다. 블로그 하면서 하루하루 보람에 삽니다.

솔직히 아기와 나 소개는 약간 대충 쓴 감이 없지 않아서 그다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무려 1천회 조회수에 추천수 20...

최고의 기록이었던 700회 조회나 17 추천수를 가볍게 뛰어넘는 엄청난 수치라서 스스로도 엄청나게 놀라고 있습니다.

목표는 다음 뷰 만화 순위 3위권입니다. 여러분 관심있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악성댓글. 미묘한 기분.


처음으로 블로그에 악성댓글이 달렸습니다. 나름 칭찬해주시는 말도 섞여있어서 그냥 무조건 악성이라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욕설이 섞여있어서 악성이라고 일단 분류하기로 했습니다.

기분이 참 미묘하네요. 블로그 운영 2달만에 처음으로 악성댓글을 받아보았는데... 나름 뿌듯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봐주시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수업 쉬는시간중에 잠깐 썼습니다. 배가고픕니다...



무시무시한 네이버 메인 후기


어제 하루동안의 네이버 메인으로 인한 방문자수가 집계됐는데요...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하루에 780명이 들어온적이 없는 이 블로그가, 어제 하루만 7800명이 들어오셨습니다. 어잌후 이게 무슨소리야...

애드센스는 무려 20회 클릭, 약 1.3달러정도가 들어왔고, 클릭한번 없던 알라딘 배너도 2회 클릭. 뭘 봐도 엄청난 대기록입니다.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놀라워서 말이 안나올 정도네요

2010년 5월 8일 토요일

늑대와 향신료 - 새로운 시도, 경제 판타지를 그리다.

 

우리나라는 판타지라고 하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판타지 치고 마법을 쓰지 않는 작품은 없다고 봐도 좋고, 정령, 엘프, 드워프, 드래곤, 신족, 마족, 이중 몇 가지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사실 우리나라의 이런 장르문학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퀄리티 저하에는 여러 가지 여건의 어려움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후에 포스팅 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건, 그에 비해 일본의 판타지는 정형화된 설정이라는 게 많지 않다. 물론 드래곤이니 마법이니 하는 건, 많은 작품에서 등장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설정을 가져다 베낀듯한 (그나마 베낀 것도 제대로 베끼지도 못한 듯한) 판에 박힌 식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각 작품마다 특징과 개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눈에 잘 띄는 형태로 드러나있다.

늑대와 향신료라는 라이트 노벨은 이런 특징을 잘 가짐과 동시에 독특한 소재를 전면에 배치하여 독자를 사로잡았고, 그 결과 또한 눈에 보이는 형태로 드러났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늑대와 향신료, 전격 소설대상 은상에 빛나는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베스트 애니메 정보

 

늑대와 향신료. 타이틀에서 느껴지는 쓸쓸한 느낌은 단지 느낌만이 아니다.

짐마차와 상품, 그리고 돈만이 자신의 친구였던 행상인 로렌스. 그는 수확제가 한창인 마을에 들러 좋은 가격에 보리를 사들인다. 하룻밤 마을에서 신세 진 그의 옆에 있었던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 그녀는 바로 그 마을의 풍년을 가져다 준다는 늑대의 화신인 호로였다. 로렌스는 이제 마을을 떠난다는 호로와 함께 이곳저곳을 떠돌며 함께 장사를 한다. 때로는 매점매석이나 화폐가치를 좌우하는 위험한 거래도 마다하지 않으며 세상을 떠도는 그들이, 판타지 세계에서의 경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 한장의 그림이 이 애니메이션의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뭐 스토리야 길게 늘일 필요가 없을 만큼 명료하다. 이 작품에서는 경제 판타지를 표방하며 일반적인 판타지와는 궤를 달리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 국가의 흥망성쇠와 함께하는 화폐의 가치가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고, 그것을 통해 돈을 벌거나 노리며, 그것을 빌미로 목숨이 오가는 모습.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사회의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에서는 단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수준의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경제가 사회와 사람에게 끼치는 면면을 심도 있게 다루면서,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잔혹하게 판타지라는 배경에서의 경제적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잔혹한 것은 사람 그리고 현실이다.

사실 이 애니는,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모습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작화는 2~3편만 가도 붕괴하기 시작하고, 연출력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성우는 다수의 작품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했던 후쿠야마 쥰과 코시미즈 아미가 맡고 있어 괜찮은 편이지만, 좋은 설정과 좋은 스토리가 애니메이션화 되면서 상당히 깎여나간 느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원래 라이트 노벨이 가지고 있던 반전과 심도 있는 소재만큼은 잘 가지고 있다. 아쉬운 면이 있는 연출이나 작화는 2기로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 모습을 찾아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로렌스와 호로의 미묘한 감정이라던가,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다양한 복선과 암시는 잘 유지하고자 노력한 모습이 드러난다.

소설을 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충분히 작품을 느낄만한 통로가 되어주는 것이다.

 

어떤 것이 반전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매우 좋다고 말하기에는 약간 부족함이 없지 않은 작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가치 있는 것은, 소재가 고갈되어 가는 장르 컨텐츠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였다는 점과, 그러한 시도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는 점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설정, 그리고 이야기들은 우리네 경제사회와도 많은 부분 연관이 되어있다. 단지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이 애니메이션을 볼 가치는 여러 가지로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늑대와 향신료 12 - 10점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학산문화사(단행본)

2010년 5월 7일 금요일

와이드뇨! - 앨리스 소프트는 나의 잃어버린 시간을 돌려다오.

 

오랜만에 게임소개다. 기합을 넣고 포스트를 쓴다.

앨리스 소프트라는 회사를 아는 분이 있으신지 모르겠다. 이전에는 항상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게임만 리뷰를 했었는데, 그보다도 전에 야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언급했던 게임사인데,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런지 모르겠다.

일단은 링크 무더기로 기억을 더듬어 보자.

 

 

야겜 어쩌고 하는 포스트에서 나는 야겜을 야겜이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 아래에 소개하고 있는 게임들은 그런 나의 의견을 반영하는 매우 재미있는 게임들이다. 모두 시뮬레이션, SRPG등의 장르로 골수 팬들이 존재하는 게임들이며, 18금이 굳이 아니더라도 즐길 거리가 충분한 명작들이다.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앞에서 언급한 앨리스 소프트라는 회사의 게임이다. 앨리스 소프트는 2010년으로 20주년을 맞이한 전통 있는 야겜 회사로, 란스라는 키워드로 대표(될 수는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닌)되는 회사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야겜임에도 불구하고 RPG, 시뮬레이션, 육성 등 다양한 장르에 손을 대고 있을 뿐더러, 중독성이 흔히 표현하듯 쩔어주기 때문이다.

 

와이드뇨! 화면구성자체가 참으로 와이드하다.

 

와이드뇨!는 앨리스 소프트의 20주년 기념 팬디스크인 앨리스2010에 수록된 게임이다. 앨리스 2010에는 이 외에도 파니슈, 초갈섬인 하루카, 란스2 등 다양한 게임의 리메이크나 외전작품이 실려있다. 사실 다른 게임은 별로 소개할 생각이 없고, 소개하기에 적절하지도 않다.(대부분 수위가 상당히 높다)

와이드뇨는 마마뇨뇨라는 게임의 리메이크다. 마마뇨뇨는 다시 마마토토의 외전 격인 작품으로, 장르는 무려 횡스크롤 SRPG라는 말만 들어서는 뭔지 알아먹기 힘든 것인데, 이건 한번 해보지 않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간단히 시스템을 설명하면, 이동요새 마마토토가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이공굴(異空窟) 끝을 향해 전진하는 것이 목표인데, 다가오는 몬스터들로부터 마마토토를 지키기 위해서 유닛을 마마토토의 전면에 세워 싸우게 된다. 적들이 마마토토에 접근하면 마마토토의 심장에 데미지를 입기 때문에 적들을 쓸어버린 후 마마토토를 천천히 전진시키면서 게임이 진행된다. 이공굴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때문에 캐릭터들은 매턴 일정 데미지를 입는데, 이에 따라 상당히 많은 숫자의 유닛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마마토토의 왕자님께서는 이데욘이라는 장치를 만들어 이세계의 용사들을 소환하여 도움을 받는다는 설정으로, 앨리스 소프트의 유명 작품들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긁어모으는, 원래 컨셉이 팬서비스측면이 강한 게임이다.

 

중간에 란스라고 보이는 것이 바로 그 란스다.

 

마마뇨뇨가 와이드뇨로 리메이크되면서 변한점은, 사실 거의 없다. 마마뇨뇨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작은 맵 크기를 키우고, 캐릭터를 다수 추가 한 것 외에는 스토리로 보나 설정으로 보나 변한 점이 거의 없다. 다만 넓게 변한 맵을 커버하기 위해 동시에 나갈수 있는 유닛의 한도를 늘리고, 범위 공격의 적용영역을 늘린 것 등이 조금 변했지만, 그다지 게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여기에, 18금 요소를 없앤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개인적으로 딱히 이야기 할 마음이 없으니, 궁금하신 분은 네이년에서 마마토토를 검색해보자.

사실 원래는 마마토토를 소개하기 위해 검색을 시작했는데, 와이드뇨가 나왔다는 것을 발견하여 즉각 이쪽으로 갈아타게 되었다. 덕분에 와이드뇨 뿐 아니라 다양한 리메이크작을 즐겨볼 여지가 생겼으니 감사합니다, 앨리스소프트.

 

파란색이었던 맵이 녹색으로 커졌다. 재미도 그만큼 커졌다!?

 

이 게임의 재미는 다양한 달성목표에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유명한 캐릭터를 긁어 모으는 것이 컨셉인 만큼, 등장하는 캐릭터는 무려 150여명에 이른다. 캐릭터를 얻는 조건은 매우 다양해서, 게임을 진행하면 자동으로 얻는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보너스 스테이지를 클리어 해야만 얻는 캐릭터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이공굴로 들어가다보면 나오는 소환석을 얻는 것으로 소환이 캐릭터를 얻지만, 주는 것만 받아먹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이다. 이번 와이드뇨로 게임이 커지면서, 얼마 전의 신작인 전국란스나 대번장 등의 캐릭터도 포함되었다고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것 말고도 재미요소는 더 있다. 앞서 잠깐 언급한 보너스 스테이지는, 이공굴에 가끔 등장하는 구멍의 소(穴の素)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는데, 매번 정해진 스테이지를 들어가는 전작과는 달리, 원하는 스테이지를 선택할 수 있다. 제공되는 맵도 수십가지는 되어서, 게임을 하면서 금방 지루해질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고, 달성목표는 몇 가지가 더 있는데, 수집욕을 자극하는 아이템이라던가 적 몬스터의 종류등 수치로 환산되는 부분은 많은 부분이 드러나 있어 덕심 가득한 분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다양한 목표를 포함하는 게임정보들이다. 아직 플레이타임이 11시간밖에 안되는구나…


와이드뇨는 매우 재미있는 게임이다. 원래 거슬리던 18금 요소가 날아 감으로써 이제는 전체 연령이 되어버려 더욱 좋다. 일본어라는 압박이 있지만, 뭐 그까짓 거 글자 읽을 일도 많지 않으니 상관 없다. SRPG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혹은 육성게임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무한에 가깝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 게임을 하다가는 도끼자루가 썩어버릴지도 모른다.

2010년 5월 6일 목요일

미나미가 - 유쾌한 세 자매의 일상

 

일상 드라마를 소재로 하는 애니메이션은 이미 다양하게 나와있다. 일상 드라마의 장르는 아무래도 이야기의 흥미를 끌 요소가 많지 않다 보니 대부분의 경우 러브코미디로 기울어버리는 경우도 많고, 때에 따라서는 그저 미소녀를 소재로 하는 2류 만화로 전락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번에 소개할 미나미가는 미나미가의 세 자매를 주인공으로 하는 일상 드라마 작품이다. 하지만 수준이 떨어지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미소녀를 전면에 등장시키는 것 보다는 세 자매의 일상을 코믹하게 그리는 것에 주력한 일상개그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으로, 여타의 2류들과의 차별을 꾀한 재미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베스트 애니메 정보

 

M.I.N.A.M.I.K.E 미나미케!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치유계를 다시 이야기해본다.

 

 

치유계를 분류하는 방법은 사실 딱히 정해진 것이 없다. 사람에 따라서 분류기준이 다르기도 하며, 간혹 이에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주장들 중에서 넓은 의미로 치유계를 정의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상 드라마라는 장르는 치유계에 속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분명 치유계에 들어간다. 사실 논쟁의 일부를 차용해오지 않더라도 이 만화를 보면 치유 받을 부분이 많이 있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세 자매의 일상은 상식과 비상식을 오가는 세 사람의 성격이 어우러져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틈틈이 나이에 어울리는 발상과 생각을 보여주며 어린 소녀들의 감성에 한발 다가서게 해주기도 한다.

개그만화에 가깝기 때문에 감동이나 극적인 연출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이 작품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저 고타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점 중의 하나는 그림체이다. 작품의 인상은 사실 최근의 트렌드로 볼 수 있는 미소녀스타일의 그림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선이 가늘고 깔끔하게 그려져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만화와 크게 다른가 하면 별로 그렇지도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이 만화에서는 다른 만화와는 차별되는 그림체상의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입 모양이다. 이 만화에서 표현하는 캐릭터들의 다양한 표정에서 우리는 그들의 입을 자주 주목할 수 밖에 없는데, 독특하게도 윗입술 가운데를 반드시 뾰족한 형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고양이의 입 모양일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거이 상당히 귀엽다.

사실 입 모양이 뭐 그리 중요하다던가, 고양이 입이야 흔한 거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만화를 본다면 그런 생각이 정말 무색해진다.

애니메이션이 진행되면서 자주 등장하는 이런 입 모양은, 평범한 얼굴도 작은 미소로 보이게 하는 것은 물론, 놀라는 표정이나 크게 입을 벌린 표정이 무려 세모 모양 Δ!!이 되면서 입 모양 하나만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을 쓰나미처럼 몰고 온다. 일상 드라마 장르는 다른 장르보다 약간 지루한 감이 없이 않다는 점이 이 입 모양 하나만으로 커버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 세모 모양 입이 중독될 것만 같다.

 

만화이니만큼, 아니 어쩌면 21세기에 들어 나온 만화이니만큼, 캐릭터의 개성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이 작품도 그런 부분은 착실히 지키고 있다. 어른스럽고 상냥하면서 의외로 다혈질인 첫째 하루카, 항상 엉뚱하고 사고를 몰고 다니는 둘째 카나, 그런 카나에게 언제나 냉소를 던지는 막내 치아키. 세 명의 개성은 뚜렷하게 구분되어 어떤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즐겁게 풀어나간다.

여기에, 치아키의 친구이면서 치아키 몰래 하루카를 만나러 오기 위해 여장을 선택한 마코토, 약간 바보 같아도 주위를 즐겁게 해주는 우치다, 카나를 좋아하면서도 마음을 몰라주는 카나덕분에 항상 고생인 후지오카, 그런 거 없어도 항상 고생인 케이코, 하루카를 좋아하면서도 항상 시츄에이션에 얽매이는 기분나쁜 호사카… 이 외에도 세 자매의 친구로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얽히면서, 미나미가의 하루하루는 언제나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캐릭터가 엄청나게 많아도 못 외울것 같다는 생각은 할 필요 없다. 각자 개성이 너무 강하다.

 

이 작품은 사실 방영 당시 상당히 화제를 몰고 왔다. 1기가 방영을 시작한 2007년에 이미 2기 제작이 결정 나있었던 것은 그다지 화제거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두 시리즈가 서로 다른 제작진으로 제작된 점은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동일한 애니메이션이 서로 다른 제작자에 의해 나란히 제작된다는 일은 내가 10년이 넘게 애니를 보면서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으니, 나 같은 초보덕(이라고 한다고 돌을 던지지는 마세요…)이 아닌 분들에게는 얼마나 충격적인 소식이었을까?

미나미가가 몰고 온 또 하나의 화제는 바로 엄청나게 화려한 성우진이다.

첫째 하루카의 성우는 사토 리나. 이미 시작부터 레전드급이라 할 말이 없다. 여기에 이노우에 마리나, 치하라 미노리가 카나와 치아키를 맡아 다시 한번 놀라는 것은 물론, 미즈키 나나, 오노 다이스케, 치바 사에코, 요시노 히로유키 등, 레전드급 혹은 1류급 성우들이 대거 참여하여 덕심 가득한 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런 큰 이야기들 이외에도, 2기와 3기의 부제가 오카와리, 오카에리로 결정된 것에서 느껴지는 제작진의 센스라던가, 제작사가 도우무라는 이유로 시작부터 엄청난 우려를 얻었다는 점 등등, 여하튼 이 작품은 이슈거리를 다양하게 낳으면서 방영되던 기억이 난다.

 

 

이런 걸로 페이지 때울 생각은 아니었는데, 성우진이 정말 대단하다.

 

눈치 빠른 분이라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맨날 드라마 장르의 작품을 소개할 때 끝맺음 말로 적은 것이 있었다. ‘자극적인 현대만화들만 보지 말고, 이런 거 보면서 쉬엄쉬엄 감상하자.’ 라는 취지의 말들이다. 보기만해도 즐거운 세 자매의 톡톡 튀는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즐기는 이 작품은, 이런 말을 첨언하기에 더없이 적합하다.

만화, 애니메이션 어떤 것을 감상한다 해도, 이 작품을 보고 즐기기만 하면 행복한 즐거움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미나미가 6 - 10점
사쿠라바 코하루 지음/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2010년 5월 5일 수요일

모야시몬 - 세균마저 캐릭터로, 더 이상의 캐릭터는 없다.

 

이제 세상에 의인화 되지 않은 캐릭터는 거의 없다. 각종 로봇, 벌레, 사이트, 심지어는 OS마저도 캐릭터화(혹은 모에화라고도 한다)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세상의 모든 사물 혹은 관념적 대상이 인간(이라고 쓰고 미소녀라고 읽는다)의 형태로 형상화 되어가는 이 추세는 사실 어제오늘 시작된 일은 아니다. 선사시대, 아직 인간이 부족사회인 시절에도 이러한 행동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태였다. 그 당시의 그런 활동을 현대에는 ‘애니미즘’이라는 이름으로 칭하여 신앙의 일종으로 평가하고 있었다는 점만이 조금 다를 뿐이다.

농담은 그만두고, 실제로 모에화라는 행동은 단지 최근의 일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수많은 판타지에서 정령이라는 이름의 미소녀(년)으로 표현되는 모습을 수 십 년간 지켜 봐왔다. 더불어 이런 활동의 주체가 되는 일본은 민속신앙으로 이미 다양한 종류의 인간의 형태를 지닌 요괴가 등장하고 있는 점을 보았을 때, 현재의 이런 캐릭터화는 어쩌면 자연스럽게 무의식에서 올라오는 한가지 표현방식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모야시몬이 그러한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본다면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세균을 캐릭터화 했다는 드러난 사실만큼은 놀랍다. 어떻게 놀라운지는 본문에서 지켜보도록 하자.

 

Tales of Agriculture! 농… 모야시몬!

 

누룩가게(일본의 전통 미소를 만드는 공방)의 아들로 태어난 타다야스는 어렸을 적부터 균이 눈에 보이는 특이한 체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조막만한 게 잘 보인다 수준이 아닌, 손가락 정도의 크기로 보일뿐더러 심지어는 그들과 대화마저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특이체질이었다. 시골에서 상경해 도쿄의 대학에 진학한 타다야스는 옆집인 양조장의 아들 케이와 함께 농대에 다니게 되고, 그곳에서 할아버지의 지인인 이츠키 교수라는 분을 만나 자신의 특이체질을 활용할 여러 가지 방법들에 대해 함께 연구하기 시작하는데…

사실 뭐 연구라고 해봐야 이것저것 확인하고 구분하는 정도일 뿐, 실제 이 작품의 내용은 대학생활에서의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이 주된 스토리이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크게 성찰하는 케이, 자신의 체질이 재능인지 단지 비정상인지를 고뇌하는 타다야스, 그 외에도 다양한 고민거리나 신념을 가지고 있는 모야시몬의 캐릭터들은 그저 웃긴 만화라고 보기에는 좀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는 케이네집. 일본 전통 사케를 만드는 양조장입니다.

 

이 작품의 주목할 점은 당연히 세균들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세균들에 대한 자기소개를 통해 어느 정도 교육적인 목적까지 달성하고 있는데, 그런걸 떠나서 이들은 그저 귀엽다.

작품의 전반에 타다야스와 대화를 하는 균들(특히 누룩)은 귀여운 목소리로 타다야스에게 태클을 걸고, 고전적인 말투의 요구르트균이 서로 쓸데없는 대화를 하는 모습들은 올망졸망한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심지어는 치명적인 식중독균인 O-157마저도 귀엽게 보일 정도이니 말 할 필요가 없다.

그 외에도 포도상구균, 푸른곰팡이, 효모 등의 다양한 균들이 이 작품 속에서는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살아 숨쉬고 있어, 이 작품만의 개성을 얼마든지 어필해준다.

 

 

다양한 균들이 캐릭터화 되어 있다!

 

앞에서 캐릭터들의 깊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잠깐 했었다. 실제로 이 만화에서는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고민거리들을 풀어놓으면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이를테면 주인공의 친구인 케이는 양조장의 아들로서 정해져 있는 자신의 인생의 틀이 어떤 다른 선택에 의해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여장을 해본다던가, 학교를 휴학하고 다른 일을 알아본다던가 하는 본래 그의 성격과는 전혀 다른 여러 가지 기행을 선보인다. 또, 부잣집의 딸로 태어난 하세가와 연구원께서는 부모가 정해준 약혼자에 의해 이미 정해져 버린 자신의 인생에 회의를 느끼면서 대학원이라는 탈출구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이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끈다.

그 외에도 이츠키 교수님의 굳은 신념이라던가 그 외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각해보아야 할 여러 가지 사실과 관계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단지 이 만화가 만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인생관이 드러나는 하나의 드라마로 평가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고민거리 때문이라지만 여장이 너무 잘 어울리는 거 아니야!?

 

이 만화의 교육성은 앞에서 단지 한 줄로 요약한 것 보다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뒷부분의 균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균들을 소개하는 것들이 주로 그러하다. 하지만 그 뿐만은 아니다. 발효에 관한 권위자라는 설정의 이츠키교수의 입을 통해 세균에 의한 발효에 대해 다양한 종류의 강의가 이 작품에는 다수 포함되어있다. 술을 만드는 과정이라던가 다양한 발효식품의 영양학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들은 다소 전문적인 지식일지는 몰라도 우리가 일상생활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식들을 귀여운 균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

한가지 더 첨언하자면, 발효식품에 대한 이야기가 몇 번 나오는데, 여기에서 우리 나라의 홍어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조금 집어 넣자면, 홍어회는 세계에서 2번째로 냄새 나는 음식이며, 첫번째는 유럽 북부 스웨덴 에서 생산되는 슈르스트뢰밍이라고 한다.

 

 

균 극장! 매화 끝에 있을 뿐 아니라 DVD에 특별판으로 추가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다양한 의미에서 볼거리가 많다. 균에 관한 지식, 발효식품에 대한 상식, 귀엽고 깜찍한 균들,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다양한 스토리들. 애니메이션은 아쉽게도 11편이라는 애매한 길이로 종영되었고, 실제 내용도 그다지 완결 지어지지 못한 상태로 끝났다. 게다가 원작은 국내에 정식 출판이 안되었다는 점은 통탄할 지경이다.

하지만 다행히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연재가 되고 있다. 혹시나 관심이 있고, 더불어 일본 원서를 보는 일에 거부감이 없는 분이시라면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장하고 싶다.

 

2010년 5월 4일 화요일

로토의 문장 - 전통과 왕도의 집합체

 

‘드래곤 퀘스트’ 단어는 게임의 제목을 말한다. 스퀘어 에닉스에서 만든 전통 있는 게임인 드래곤 퀘스트는 현재까지 다양한 시리즈를 통해 게이머들을 사로잡았고 20년이 지난 지금마저도 현재 진행형으로 사랑 받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 ‘드래곤 퀘스트’라는 단어는 단지 게임의 제목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드래곤 퀘스트라는 게임이 펼쳐지고 있는 거대한 세계관을 동시에 의미하기도 한다.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와 게임에서 등장하는 정형화되어 있는 마법들, 그리고 수많은 설정들은 여러 게임으로 리메이크 되었을 뿐더러 폭넓은 장르로 확장되어 적용되었고, 심지어는 스퀘어 에닉스와 관계없는 만화가나 소설가들에 의해 글과 그림으로 재탄생 되기도 했다. 그러한 트렌드가 물론 90년대 중반 정도 까지로 한정되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 시대에는 하나의 코드로서 공감되는 ‘장르’로 구분될 수준이었다.

로토의 문장은 바로 그 드래곤 퀘스트의 세계관이 적용된 만화이다. 소재고갈이 시작되는 시대인 90년대 초반으로서는 마지막 끈을 잡는 느낌으로 나온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정형화된 왕도라고 부를 수 있는 시나리오가 대거 집합되어 있다.

 

 

로토의 문장. 이제보니 애장판이 출간중이었다.

 

로토의 문장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심오한 면이 있다. 한 왕국에 왕자가 태어난다. 용사의 피를 이어받은 그는 마왕의 음모로 악의 이름을 부여 받을 위기에 처하지만, 왕비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다행히 성스러운 이름을 받아 왕국에서 탈출하게 된다. 그리고 수련 끝에 다시 용사가 되어 세 명의 동료와 함께 마왕을 무찌르는 이야기. 하지만 이 속에는 이와 같은 에픽라인의 이야기로서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구성들이 함께하고 있다.

또 다른 용사의 자손이 주인공 대신 사악한 이름을 받고 악의 편이 되었다가 종래에는 주인공의 동료가 된다는 설정이나, 고대의 초과학문명에 의해 태어난 마왕에 대한 설정, 주위의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싸움에 나서는 용사와 결국은 그들을 따라 전투에 나서는 사람들, 아군의 몸을 인질로 삼아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마왕, 마왕의 족속이라 생각했던 자가 사실은 정의의 편 등등 너무 많이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야말로 용사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집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 착하구나 알스.

 

이러한 요소들은 전통적, 정석적인 감동을 가져온다. 수많은 고난을 겪으면서 만들어지는 인연과 그 인연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모험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더욱 깊은 인연. 그런 것에서 만들어지는 감동은 사람의 눈물을 쉽게 끌어낸다. 물론 이 만화가 그런 면에서 강한 편은 아니다. 실제로 이 만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일은 많이 않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의 만화들은 그런 면에서 더욱 전문화(라는 말이 조금 아이러니하지만)되어 있어 굳이 옛날 만화를 통해서 카타르시스를 얻어올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가 가치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이 만화가 다루는 이야기들의 광범위함에 있다.

만일 당신이 이야기를 만드는 스크립터나 소설가라면 이 만화는 공부가 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작품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다양성은 인정할 만 하다.

 

 

요런 장면 어느 판타지나 다 있다.

 

그림체로서 이 만화를 논한다면 사실 그렇게 할 말이 많지는 않다. 드래곤퀘스트를 소재로 하는 만화들은 타이의 대모험 같은 작품을 포함해서 대부분 어느 정도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그림체들은 공교롭게도 토리야마 아키라(드래곤 볼)와 접점이 있다. 사실 이 이유는 정확히 아는 바가 없는데, 원작 게임 등에서 토리야마 아키라의 일러스트가 만들어진 바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사실 정말 잘 모른다. 이 부분에 대한 지식이 있으시면 댓글을 부탁드린다.) 어쨌든 로토의 문장 또한 그런 트렌드를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어 가벼운 느낌은 들지만 토리야마 아키라식의 인물묘사가 종종 눈에 띈다. 좋은 점수를 줄 요소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나쁘게 평할 수준은 아닌 정도이다.

 

 

이쯤되면 90%정도 거의 드래곤볼이다.

 

포스팅하면서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 로토의 문장은 상당히 재미있는 만화이고, 전통적인 만화라는 점은 얼마든지 추천할 요소이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크게 어필할 부분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토의 문장을 소개하는 것은 이 만화가 당시의 시대상, 특히 만화의 유행을 잘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라고 일컬어지는 이 작품군은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이 사실이었고, 타이의 대모험과 세대교체가 되기 전까지 적어도 이 작품군의 최고의 작품은 로토의 문장이 맞다.

여러분이 만화에 대해서 지식이 있다고 자부한다면, 이 만화를 넘어가서야 안될 일이다.

 

※절판되었다고 생각해서 안 넣을까 생각했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했는데, 애장판이 나오고 있군요.

드래곤 퀘스트 로토의 문장 11 - 10점
가와마타 치아키 지음/학산문화사(만화)